띠띠 아범 2014. 4. 23. 13:55

웃포커스(Out of Focus). 사진을 찍는 사람 중에 이 개념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터.

사진에서 초점이 안 맞은 부분이 흐리게 나오는 현상을 '아웃포커스'라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카메라나 렌즈의 성능부족 및 오작동으로 인해 생기는 오류현상이다. 그러나 초보자의 경우 비싼

DSLR을 사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이 아웃포커스란 말이 있을 정도니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지.


비싼 DSLR 바디일수록, 비싸고 조리개값이 밝은 렌즈일수록 아웃포커스가 잘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웃포커스 때문에 DLSR 바디를 사는 일은 도시락 싸들고 따라다니며 말려야 할 일이다.

아웃포커스는 사실 수동포커스 기능만 있다면 어떤 카메라든, 또 어떤 렌즈든 다 생기게 할 수 있다.

핸드폰 카메라나 수동기능이 없는 컴팩트카메라는 AF(오토 포커스)에서 초점이 안맞으면 셔터를

누를 수 없으니 아웃포커스가 불가능한 것. 그리고 반대로 비싼 DSLR을 산다 하더라도 무조건

아웃포커스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사용하는 렌즈가 조리개값이 밝거나 초점거리가 길지 않다면

원하는 데로 아웃포커스 효과가 잘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어지간한 컴팩트 카메라에서도(심지어 10년 전에 나온 130만화소짜리 똑딱이라도) 접사모드를

활용하면 곤충이나 꽃, 커피잔 같은 작은 물체는 아주 훌륭하게 아웃포커스가 잘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이렇게 아웃포커스에 관심이 많으며, 또 아웃포커스가 잘 된다는 장비에

집착하는 것일까? 우리 눈은 사물을 눈에 아주 가까이 대지 않는한 아웃포커스의 반대인 팬포커스

(Pan Focus)가 아주 잘 되는 렌즈인 셈인데, 아웃포커스가 잘 표현되어 특정지점만 초점이 또렷하게

맞은 사진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눈으로 보는 화면보다 훨씬 더 시선을 끌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남에게 자랑하고 싶을만큼 미모의 여자친구를 사귀는 남자라면 소위 '여친렌즈'라고 하는

조리개값 짱짱하니 밝고 초점거리가 적당한 망원계열 렌즈를 써서 주위 사람한테 자랑도 하고

또 여자친구에게 칭찬도 받고 싶을 터. 그리고 사진 찍히는 사람도 아웃포커스를 통해 자기 사진이

더 예쁘게 나오는데 그런 사진을 마다할 리 없다.(컴팩트 카메라도 아웃포커스가 되지만 상대적으로

형상이 큰 사람을 아웃포커스하기엔 CCD 크기에서 한계가 있다.) 이런 사진에 대한 욕망이 카메라숍에

가서 "이 렌즈 아웃포커싱 잘 돼요?"란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결국 아웃포커스가 카메라 구매의 가장

큰 기준까지 되게 만든 셈이다.


아무튼 좋다! 아웃포커스는 잘 쓰기만 한다면, 시선을 끌게 하고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 있어 아주

유용한 기법이 될 수 있는 쉽고도 유용한 기법이니 말이다. 그러나 아웃포커스는 사진실력을

키우는 데 있어 양날의 검. 잘 쓰면 좋지만 또 잘못 쓴다면 사진을 버리게 만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아웃포커스란 현상이 주제를 잘 살리고 시선을 잘 끌 수 있는 사진을 만드는 데 효과적인

기법이 될 수 있도록 아웃포커스에 대해 보다 더 심도깊은 이해를 하도록 하자. 그 이해의 과정에

대해서 지금부터 '살짝콩' 이야기해보려 한다.

 

 

 

 

 

의외로 아웃포커스를 극도로 싫어하는 프로사진가들이 많다. 사진은 눈으로 보여지는 그대로 찍어야

한다는 지조일까, 그래서 아주 약간의 왜곡조차도 용납을 못하는 범주에 속하는 작가들일 것이다.

그렇게 아웃포커스는 실제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세상의 엄청난 왜곡이다. 관건은 이 왜곡 현상을

무조건 부인할 게 아니라 어떻게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느냐는 것. 그냥 카메라가 아웃포커스가 되니까

찍는 것보다는 왜 아웃포커스 현상이 발생하는지, 그래서 이 현상을 어떤 대상이나 주제에 쓰면

되는지 자기가 통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아웃포커스의 매력이 발휘된다. 아웃포커스를 '현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과 '기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의 실력 차이는 상상 외로 엄청나게 크다.

 

그러니 아웃포커스 활용도 좋지만 배경을 무조건 날리기 이전에 사진의 모든 부분이 초점이 맞는

팬포커스를 우선으로 찍는 연습부터 하자. 팬포커스를 써야 할때 아웃포커스를 쓰는 것만큼 위험한

사진습관도 없으니. 반대로 아웃포커스를 써야 할 때 팬포커스를 쓰는 것은 훨씬 덜 위험한 짓이요,

그렇게 사진에 치명적인 손해를 미치지는 않는다.

 

 

 

 

아웃포커스는 무척 이해하기 쉬운 개념이다. 일단 사진에서 초점이 안맞는 부분은 다 아웃포커스라

부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웃포커스에 대한 오해 하나는 밝은 조리개값을 쓰면 무조건

아웃포커스가 된다는 맹신. "조리개가 밝을수록 아웃포커스가 잘 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책 속에서의 이론일 뿐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다.

 

예를 들어 벽화 앞에 사람을 세워놓고 찍을 때 사람이 벽화 앞에 바싹 붙어서 서 있고 촬영자가

정면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아무리 조리개를 열어봤자 벽화를 아웃포커스할 방법은 없다. 스티브 맥커리같은 프로사진가,

아니 스티브 맥커리 할아버지가 와도 말이다. 조리개값보다 심도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사진가와 피사체, 그리고 피사체 뒤의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대한 공간적인 비율 차이다.

그러니 아웃포커스를 잘 활용하고 싶다면 조리개값도 중요하지만 항상 촬영하는 나와 피사체의 각도,

그리고 촬영자, 피사체, 배경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 비율에 더 신경을 쓰도록 하자.


 

 

 

아웃포커스에 대한 팁을 알려준다고 해놓고서는 어째 '아웃포커스 안티'로 비춰질 것 같은 내용만

쓰는 듯 하니 이쯤에서 '이 글은 결국 절대 아웃포커스 찬사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해명(?)을 하며

또 아웃포커스가 어떨 때 잘 되는지 과학적인 탐구를 하고자 한다. 조금 지루하겠지만 진득하니

들어가 보자.


①렌즈와 피사체가 최대한 가까울수록 아웃포커스가 잘 된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찍을 수 있는 매크로(접사) 렌즈라도 초점 최단거리는 있기

마련이다. 아주 훌륭한 팬포커스 렌즈인 우리 눈도 한쪽 눈을 감고 다른 눈 쪽으로 손가락을 가까이

대면 10cm 이내의 거리부터는 초점이 잘 안 맞는다. 결국 렌즈와 가까울 수록 아웃포커스가

잘 된다는 이야기고 아예 초점을 맞출 수가 없는 경우의 범위도 많다. 그래서 아주 작은 곤충촬영을

할 때는 심도가 너무 얕아서(초점 맞는 부분이 너무 좁아서) 고생을 하게 된다.


②조리개값이 밝을수록 아웃포커스가 잘 된다

누구나 아웃포커스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 "밝은 조리개일수록 아웃포커스가 잘 된다"

라는 것이다. 조리개 구멍이 많이 열려서 빛을 한꺼번에 많이 받아낼수록 빛손실이 많아 고루 초점이

다 맞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솔직히 초점이 맞는 부분과 아닌 부분이 수평으로 동일선상에

있다면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또한 극도로 가까운 초점거리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22f 같이

어두운 조리개를 쓰더라도 심도를 고루 맞추기 힘들 정도다. 그러니 "조리개가 밝으면 아웃포커싱이

잘 된다"는 이론은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좋다.


③초점거리가 길수록 아웃포커스가 잘 된다

조리개값보다 심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초점거리다. 우리가 화각으로 이해하고 있는 초점거리는

길수록 아웃포커스에 유리하다. 아니 유리하기보다는 초점을 고루 맞추기가 힘들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망원렌즈 보유자라면 똑같은 조리개값을 써도 광각렌즈보다 망원렌즈일 때 아웃포커스

현상이 심한 경우를 많이 경험했을 텐데 그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예를 들어 조리개값을 8f로

했는데 16mm로 찍었을 때와 160mm로 찍었을 때 각 초점거리를 조리개값인 8로 나눠보자. 16mm를

8로 나누면 2mm, 160mm를 8로 나누면 20mm란 수치가 나온다. 이 수치가 실제 조리개 구경이

되는 것인데, 당연히 같은 조리개값이라면 구경이 2mm일 때보다는 20mm일때보다 빛을 10배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초점거리가 긴 경우 같은 조리개 기준으로 빛이 부족해 아웃포커스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초점거리 200mm 이상의 망원렌즈로 멀리 있는 일출이나 일몰,

새 등을 찍을 때 f8 같은 어두운 조리개값을 써도 아웃포커스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④촬영자-피사체의 거리, 피사체-배경의 거리가 차이가 많이 날수록 잘 된다

앞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심도의 차이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조리개값이나 초점거리보다는

촬영자-피사체-배경(초점 무한대)간의 비율이다. 아무리 밝은 조리개를 쓴다 하더라도 상이 맺히는

카메라 CCD와 수평으로 동일선상 거리는 무조건 똑같은 심도로 초점이 잡힌다. 뒤에 공간이 얼마나

무한대로 열려있냐에 따라 뒷배경의 선명대가 정해지는데 심도 표현에서는 피사체 뒤의 이 물리적

공간감을 얼마나 이해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나비 같은 아주 작은 피사체를 근접촬영한 경험이

있다면 날개에 수평을 조금만 못맞추면 날개 전체가 초점이 안 맞고 어그러지는 것을 확인한 바

있을 것이다.

 

망원렌즈로 인물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뒤가 막혀있는 벽 같은 것을 배경으로 사람을

찍는다면 아무리 조리개가 밝은들, 초점거리가 긴들 사람 뒤의 벽은 아웃포커스가 되지 않는다.

종방향으로 뒤가 끝까지 열려있는 골목이나 메타세쿼이아 숲길 같은 곳에서 사람을 찍을 때래야

아웃포커스의 제대로 된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 그러니 무턱대고 밝은 조리개를 쓴다고,

망원렌즈를 쓴다고 아웃포커스가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하자.


 

 

 

결국 아웃포커스는 장비보다는 사진을 찍을 때 주피사체와의 거리나 촬영자와 피사체와 배경의

도가 더 많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밝은 렌즈가,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가,

CCD가 큰 DSLR이 아웃포커스를 표현하기에 더 유리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것처럼 마음만 먹으면 촬영자의 위치만으로도 아웃포커스는 만들 수 있지만 외려 아웃포커스가

 생기면 안 되는 경우에 발생할 때가 미칠 노릇이다. 심도 깊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조리개를

최대치까지 조여도 아웃포커스가 생기는 곤충이나 꽃 등 작은 피사체를 찍을 때 같은 경우 말이다.

 

그래서 생태 사진 분야에서는 아웃포커스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외장플래시, 심지어 링플래시 같은

보조광 같은 장비를 쓰거나 아예 조리개가 32F를 넘어 64F까지 조여지는 특수렌즈를 쓰기도 한다.

이런 장비들이 초고가를 자랑한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겠다.(※통상 렌즈의 최대개방

조리개값에만 관심이 있다보니 최대로 조여주는 수치에는 관심이 없기 마련인데 곤충 촬영이 많은

매크로 렌즈는 그래서 조리개가 32F까지 조여진다. '백마(100mm 2.8F)' 같은 매크로 렌즈가 있다면

확인해 보라.)


 

 

 

이론적이고 지루한 내용들이 계속 되었는데 이제 실전에서 어떻게 아웃포커스를 사용해야 하는지

결론을 내려보자! 결론은 아웃포커스를 적재적소에서 잘만 사용한다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진을

찍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냥 무턱대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결국 아웃포커스를 시도하는

이유는 초점을 의도적으로 맞추지 않음으로써 초점이 맞아야 하는 부분을 더 강조하고 시선을

더 집중되기 위함이다. 다른 요소들은 고민하지 말고 그 점에만 집중한다면 효과적인 아웃포커스

사용을 할 수 있을 터. 생략과 압축이 주는 미적 요소는 사진에서 꽤 효과적이다.

 

사진에서 어떤 요소들이 압축이 되고 생략이 되면 반대급부적으로 어떤 요소들이 살아날지 생각해

보자. 풍경을 찍을 때조차 이 부분을 생각해보면 아웃포커스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

남들과 똑같은 위치, 똑같은 장비로 사진을 찍는다 하더라도 전경 쪽에 아웃포커스로 나무나 풀 등의

실루엣을 배치하는 게 그런 나름대로의 '꼼수'일 텐데 아무리 꼼수라도 하더라도 나만의 독창적인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무쪼록 아웃포커스 완전정복! 사진의 멀고 먼

중 가장 우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하고 부단히 오르도록 하자. :)

 

 

 

 

[출처] 왕초보 탈출을 위한 사진기법 03.아웃포커스 완전정복|작성자 우쓰라